사람이 그 길을 계획할 지라도(2025.4.15)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 잠언 16:9 (개역개정)

"따르릉."
쉬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 한 통 화가 왔습니다. 발신지를 모르는 번호였으나 받아야 할 것 같았는지 바로 받았습니다.
"제가 길 안쪽에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요. 죄송하지만 차를 잠깐 빼주시면 제가 안쪽에 넣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요 근래 보기 힘든 매우 정중한 젊은이 목소리였습니다.
"나가려면 5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세요?" 귀찮은 일이 생긴 건데도 워낙 상대방이 미안해하며 조심스레 물어오니 남편은 흔쾌히 차열쇠를 챙겨 나갔습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주차 잘하고 오셨어요?"
"응, 그런데 갔다가 오는 길에 OO이를 만났어."
OO이는 우리 교회에 나온 지 2년 정도 된 아이입니다. 이 아이도 자기 집에서 막내인데, 우리 집 막내 친구이자, 지금은 같은 반 짝궁까지 되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이번 주말 우리 교회는 1박 2일 봄수련회이자 부활절 수련회를 안면도에서 열 예정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무리하게 교회주말 파자마파티를 와서 그런지 아버지가 엄하게 반대하셔서 못간다고 울상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가 빠지면 우리집 세 딸과 친구 2명 총 5명이라 우리 부부도 맥이 빠지던 차였습니다.
"목사님(남편)이 아버지랑 통화해서 꼭 허락받아줄게." 약속하고, 전화하려던 그날 우연히 길에서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그 집안의 실세인 둘째 언니와 함께 서있더랬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일찍 뜨셨는데도 정말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기특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엄마같이 동생들을 돌보는데 아버지 다음 실질적 가장이 바로 둘째였습니다.
그런데 차를 빼주고 돌아오는 길 둘이 아주 반갑게 인사를 했더랬습니다. 아직 20살 밖에 안 된 집안의 실세 둘째는 막내가 수련회를 갈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둘째가 가도 된다고 하면 정말 가도 되는 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저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말씀이 바로 떠 올랐습니다. 뉘앙스는 우리가 자기 길을 잘 못 계획할 때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다는 뜻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교회를 개척하며 우리 발걸음을 늘 인도하고 계시는 좋으신 하나님, 저 위에서 다 보고 계시며 이 사람 저사람의 발걸음 나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적재적소에서 만나게 하시는 하나님을 참 여러 번 경험했고 매 번 감사하고 감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이 말씀을 떠올리곤 했지요. 정말 생각할 수록 신기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하나님의 손길은 정말 놀랍습니다. 만약 그 때 차를 빼달라는 그 젊은 청년의 전화가 없었다면 남편은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침 집안의 실세 둘째가 아르바이트 쉬는 날이 아니었다면, 막내에게 맛있는 음료를 사주려는 예쁜 마음을 품지 않았더면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중했던 청년은 하나님이 싸인을 주시려고 보내신 천사가 아닐까? 혼자 상상해 봅니다. 천사는 아니겠지만 그 순간 그 청년의 발걸음도 하나님께서 인도하고 계신 것이겠지요. 너무 놀랍지 않습니까? 그 청년도 자기의 하루를 계획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저 자투리 공간에 차를 넣으면 주차난이 심한 이 동네에서 조금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전화를 했겠지요. 가끔 그 짜투리 공간이 막힐 때가 있는데, 우리 차가 주차하려 할 때 막혀있었다면 우리는 거기에 차를 주차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만남도 없었겠지요. 저 위에서 4명의 발걸음을 인도하고 계셨던 하나님 정말 그 인격적 인도하심과 섬세함에 놀랍니다.
우연이라 하기에 너무도 기막힌 만남들, 다음 글을 통해 또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나의 발걸음을 인도하고 계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길도 인도하고 계십니다. 그 인도하심을 신뢰하시며, 느끼시며 놀라며 감사하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