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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2025.4.23.수요일)

다음 세대 기르기 2025. 4. 23. 11:10

오늘 새벽기도 말씀은 유명한 요한복음 말씀이었습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요10:14,15)

 

 

목사님이 이 말씀을 읽는데, 순간 어제 일이 떠올라 나 홀로 쑥스러움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주님 어쩌면 이렇게 콕 집어 말씀하십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시지요? 4월 19,20일 1박 2일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수련회 이튿날 아침 아이들의 핸드폰을 걷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기운이 빠졌는지 그만 핸드폰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판단과 정죄가 빨랐던 저는 막내가 저한테 핸드폰을 던진 줄 알고 화를 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제 핸드폰이었고, 아이는 황당해서 저를 쳐다봤습니다. 아뿔싸!! 이런 정죄는 제가 피곤하고 지쳤을 때 나오는 반복되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만큼 수련회 온 마음을 다해 섬기고 있었나 봅니다. 민망해서 재빨리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수련회를 마치고는 넉다운되어서, 정오까지 잠을 잤는데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후 내내 누워있었고, 하교한 막내도 옆에서 잤습니다. 밖에서 중학교 아이들의 발걸음소리,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OO이가 온 것 같았습니다. 이제 갓 나온 친구이니 얼른 내려가서 인사해야 할 텐데...... 그러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다행히 목사님이 재빨리 내려갔습니다. 저는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깨보니 목사님이 올라와서 상황보고를 해줬습니다. "아이들이 떡볶이랑 빵 사 와서 먹고 있어." "다행이네요."그리고는 목사님이 가져다가 입에 물어준 빵조가리를 한 입 물고, 자고 있는 막내 입에 한 입 물어주고는 또 잠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목사님이 또 상황보고를 했습니다. OO이가 월수금으로 영어학원을 다니는데, 기초가 잘 안 잡혀서 가르쳐 주니 너무 좋아했다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잠깐잠깐씩 꼭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갔다고 합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처음 온 날부터 그랬습니다. 둘째가 데려온 O이라는 친구가 데려온 친구인데, 생긴 것이나 행동이나 참 둘째스러웠습니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무엇을 주든 다 잘 받아먹었습니다. 경계심도 없었고 생긋생긋 잘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영어공부 도움도 참 잘 받았습니다. 참 귀여운 양이었습니다. 선한 목자의 음성을 아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양이었습니다.

 

자기 양을 다 내놓은 후에 앞서 가면 양들이 그의 음성을 아는 고로 따라오되(요10:4)

 

 

 아픈 이야기이지만 OO가 생각났습니다. 교회에 나온 지 2년 반 된 친구인데, 이 아이의 동생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너무 강요해서 교회가 싫어."라고 했답니다. 이 아이는 객관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성격의 아이는 아닙니다. 거친 말과 행동들, 감사보다는 불평의 말, 거절의 말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그 아이 인생을 생각해서 꾸준히 교회 초대해 인라인 타는 법도 가르쳐주고, 산이며 들이며 바다며 놀이공원 등 많은 곳을 함께하고, 파자마파티, 2박 3일 수련회, 요리대회 등도 함께 하고, 수학, 영어 공부도 가르쳐 주려고 많이 초대했습니다. 간식과 식사를 얼마나 많이 대접했는지 모릅니다.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의를 잘 받지 못하더니 지금은 배척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OO이와 같은 반이 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안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늘 이 아이의 습관대로 본심과 달리 투덜거리는 한 마디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와 반대로 도움을 너무도 잘 받는 OO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흐뭇했습니다. 그렇게 저녁 내내 잠을 자고는 잠깐 일어나 남편 운동화 빨고 설거지를 마치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참 개운했고, 그 아침에 오늘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한 목자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데, 나는 양들을 버리고 잠만 잤다고 생각하니 참 민망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이 "잘 잤어, □□야 . 괜찮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선한 목자 예수님은 그의 음성을 알고 따라가는 나 □ □ □ 를 다 아시기에 괜찮다 괜찮다 하십니다. 네 마음의 소원과 중심을 내가 다 안다. 그러니 괜찮다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예수님처럼 선한 목자가 되고 싶어지게 하십니다. 

 

 판단쟁이가 저의 별명입니다. 얼마 전 둘째가 이런 저 때문에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여러 번 사과했습니다. 또 수련회를 마치고 남편이 몸무게를 재니 이틀 만에 3kg이 빠져있었습니다. 개척초기 몸무게가 고무줄도 아니고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많이 변하냐며 남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던 저였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여보, 그때 얼마나 억울했을까? 내가 거짓말이라고, 왜 이렇게 과장을 잘하냐고 몰아갔잖아. 정말 미안하네." 또 사과를 했습니다. 이런 판단쟁이가 은혜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때로 이렇게 잠도 잘 잘 줄 알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저를 깨우지 않고, "괜찮아 더 자. 애들 알아서 떡볶이 사 먹고 빵 사 먹었어." 하며 제가 푹 쉬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게 다음 날 주님은 "나는 선한 목자라." 하십니다.  선한 목자 예수님은 양들의 연약함을 너무도 잘 아십니다. 양들은 눈이 어두워 독초와 좋은 풀을 가리지 않고 먹다가 죽습니다. 낭떠러지도 발견 못하고 떨어져 죽기도 합니다. 공격수단도 없어서, 이리와 늑대에게 잘 물려갑니다. 그렇게 어리석고, 약합니다. 그런데 청각하나는 잘 발달되어서 목자의 음성을 잘 듣고 따라갑니다. 목자가 인도하는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로 잘 따라가서 토실토실 살도 찌고, 부드러운 양털도 자랍니다. 저는 눈이 어두워 진실을 보지 못하고, 금방 판단과 정죄를 하는 못된 양입니다. 저라면  OO이랑 O이랑 OO이 왔는데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목자 맞아? 하고 판단했을 텐데, 남편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주님도 괜찮다 하십니다. 이런 선한 목자의 사랑으로, 이해심으로 저는 정말 잘 쉬고 회복했고, 집중해서 새벽기도를 힘 있게 마쳤습니다. 오늘 직장 동료들을 만납니다. 기도하는데 그들의 좋은 목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할 말들이 막 떠올랐습니다. 저녁 약속시간 막상 얼마나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저의 소원을 주님이 아십니다. 제대로 못해도 괜찮습니다. 선한 목자 예수님이 아시고, 제가 계속 그 주님 안에서 기도할 것이니까요.